김학철전집4-태항산록-(수필)생각이 나는대로

더좋은래일 | 2024.05.08 15:36:13 댓글: 1 조회: 110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66993


수필


생각이 나는대로


없는 감격을 억지로 만들어내는것이 우리 소설의 일반적인 병통인것 같다. 나오지 않는 눈물을 억지로 짜내고 안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웃으려는데 문제가 있는상싶다. 별로 슬프지도 않은데 애를 써서 흘리는 눈물은 값싼 눈물 혹은 허위의 눈물이다. 그리고 별로 우습지도 않은데 번화스레 웃는것은 갈보식의 웃음 또는 아첨쟁이식의 웃음이다. 자연스럽지 못한 눈물이나 인위적인 웃음은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독자는 바보가 아니기때문이다.

1944년 늦은봄, 일본 나가사끼감옥에서 나는 전과 6범의 절도 상습범이 만기출옥하는 장면을 목격한 일이 있다. 마흔두서넛 된 그 수인은 만성신장염으로 입원하고있다가 감옥병원에서 직접 출옥을 하는데 몸이 독같이 부어서 허리띠를 매기가 곤난했다. 복도의 벽을 짚으며 퉁퉁 부은 발을 겨우 옮겨놓는데 나이 지긋한 간수가 보따리를 들어다주며 제법 부드럽게 타이르는것이였다.

<<인제 제발 좀 다시 오지 말게. 이게 벌써 몇번짼가. 한편생 감옥출입만 하다말겠나.>>

한즉 수인은 가쁜숨을 쉬면서 대답하는것이였다.

<<말씀은 고맙습니다, 나리. 그렇지만 사회에서 받아주지를 않으니 어떡합니까? 여기밖에는 받아주는데가 없으니 어떡합니까? 쉬이 또 뵙지요, 나리.>>

나이 지긋한 간수는 더 말을 못하고 머리만 설레설레 저었다. 전과자를 사회가 용납하지 않는다는것을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었던것이다.

당시 20대의 청년이던 나는 거기서 얼마나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지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 광경이 눈앞에 선하다. 나는 언젠가 자기의 소설에다 그 장면을 되살린적이 있다.

이것도 역시 그무렵의 일이다. 나는 정치범이였으므로 엄정독거(严正独居)의 대우를 받았다. 엄정독거란 독감방에 격리시켜놓고 다른 수인들과의 접촉을 엄격히 금하는것이다. 목욕도 독탕에서 해야 하고 입원도 독병실 그리고 하루에 20분씩 허용되는 옥외활동도 간수장 하나가 딸려서 혼자 해야 하였다. 천오백명 수용자가운데 정치범은 넷밖에 없었으므로 다른 수인들처럼 영화구경도 못하였다. 정치범만 따로 하나씩 구락부에 갖다앉히고 전위해서 영화를 돌릴수는 없었기때문이다. 감옥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을 때도 간수장의 압송하에 가가지고 복도에서 혼자 벽을 향하고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하였다. 일반 형사범들이 장의자에 늘어앉아서 나직나직이 서로 지껄이는 소리가 혼자 등을 들리고 서있는 내 귀속으로 다 흘러들어왔다.

<<너 얼마 먹었니?>>

<<7년.>>

<<무얼루?>>

<<강간.>>

<<멍텅구리 같으니! 도적질을 해서 그 돈으로 갈보집에를 가지, 그랬더면 재미를 실컷 보구두 이삼년밖에 안 먹었지야.>>

낡은 사회, 병든 사회에서 인간의 도덕적풍모가 어느 정도로 타락하였다는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화였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들나름으로의 생활규칙이 있고 또 가치법칙과 리해타산이 있는것이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수인들의 지껄이던 소리가 어제런듯 기억에 삼삼하고 귀에 쟁쟁하다.

이런것들을 꾸밈없이 그대로 되살린다면 억지울음을 아니 울고 억지 웃음을 아니 웃어도 되지 않을가.

로신의 말마따나 남이 위생을 강조하니까 엇나가느라고 일부러

<<좋다, 그럼 난 이제부터 전문적으로 파리만 잡아먹구 살테다.>>

하고 용을 쓰는것은 영웅이 아니다. 그러나 남의 의견을 좆차서-허심히 받아들인답시고-주대없이 이리 뜯어고치고 저리 뜯어고치고 해서 작자의 개성이 있고 특성이 있는 멀쩡한 작품을 괴상망측한 쪼각보를 만들어가지고 모두들 무여들어 좋다고 야단법석을 하는것도 꼴불견이다.

그리고 또 이와는 정반대로 써놓은 작품이라는게 아무리 좋게 보아주려 해도 워낙 작품이 되여먹지를 않았는데 쓴 사람의 눈에는 자꾸 불후의 명작으로 보여서

<<세상놈들이 다 눈깔이 멀었다!>>

또는

<<편견이다! 야심이다! 생이다! 고의적타격이다!>>

하고 불으락푸르락하는것도 절승경개의 하나이다.

모름지기 우리 문학도들은 자기의 력량을 자기가 알아야 하지 않을가? 세상에서 자격을 인정해주지 않는데 제가 부득부득 자격이 있다고 우기는것은 희비극이다. 우습강스러운 비극이란 말이다.

생각이 나는대로, 붓이 가는대로 따라다니다보니 아마 소정의 2천자가 거의 찬 모양이다. 아니, 넘은 모양이다. 이럴 때는 얼른 손을 떼고 나앉는게 아마 현명한 처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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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니201310 (♡.163.♡.142) - 2024/05/19 14:36:29

잘 보구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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