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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시 신화서점 조선말 도서

너를 탐내도 될까? (77회)

죽으나사나 | 2024.05.08 19:45:44 댓글: 20 조회: 275 추천: 0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67053
너를 탐내도 될까? (77회) 기혁의 선물.

식사가 끝나고 기혁은 하정을 집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우산을 각자 쓰고 있지만 그녀와 나란히 걷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이 좋았다. 

그녀는 알까. 자신이 얼마나 그녀를 갈망하는지. 쭉 곁에 두고 싶은 이 마음을 꾹꾹 누르느라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입맛도 없었다는걸. 

오늘 오랜만에 맛있는 한 끼를 먹은 것 같았다. 어제 그렇게 유명하다는 레스토랑보다도 더 맛있었고 입맛에 맞았다.

족발 가게는 하정네 집에서 정말 가까웠다. 몇 걸음을 안 걸었는데 벌써 하정이네 집이 보였다. 

기혁이 아쉬운 마음에 가던 걸음을 멈추고 하정이 앞에 마주 섰다. 

“밥은 하정 씨가 샀으니 제가 마실 것을 사죠.“

”네?“

예상대로 하정이 얼굴빛이 밝아지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그런 하정의 태도에 흔들리지 않기로 했다. 

“카페 말고 차에서 간단히 마십시다. 포장해 올 테니 기다려요.”

이 말을 끝으로 제 우산을 접은 기혁이가 하정의 우산 안으로 예고 없이 쑥 들어갔다. 키 차이로 우산에 머리가 걸릴 뻔하더니 금세 하정의 손에 들려있던 우산을 넘겨받았다. 

갑자기 가까운 거리에 비집고 들어온 기혁에 하정의 얼굴엔 금세 당혹함이 가득했다. 그와 거리를 벌리자 하정의 어깨에 빗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기혁이 한 발짝 다가가고 하정은 그만큼 뒤로 빼기 바빴다. 그렇게 하정이 뒤로 가면 갈수록 기혁은 한 발짝 그녀에게 다가갔다. 

몇 발짝을 더 반복하던 기혁은 그녀의 어깨를 제 쪽으로 끌어당겨 몸을 밀착했다. 

“언제까지 이럴 겁니까?”

안은 듯 아닌 듯한 자세로 기혁이 피식 웃으며 한마디 했다. 

하정은 생각처럼 그를 떨쳐내지는 않았다. 그의 말대로 언제까지 걸음 놀이를 할 수는 없었다. 

기혁의 커다란 팔에 의해 어깨가 잡힌 하정은 그와 몸을 밀착된 대로 그의 차 앞까지 걸어갔다. 조수석 문을 열어주자 하정은 조용히 차에 올라탔다. 

문을 닫은 기혁은 금방 온다는 말을 뒤로 금방 사라져버렸다. 
더부룩하던 속이 평소 그리 찾지도 않던 족발을 먹으면서 의외로 많이 나아졌다. 엄마 말대로 진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 봐야 할 거 같았다. 요즘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아진 느낌이었다.
멍하니 물줄기가 떨어지고 있는 창밖을 내다보던 하정은 방금 족발 가게에서 있었던 일을 자연스레 떠올렸다.
[자.]
하정이 기혁이와 눈을 크게 마주하지 않은 채 조용히 족발을 먹고 있는데 기혁이가 상추와 깻잎에 곱게 싼 쌈을 하정 앞에 내밀었다.
[저 괜찮아요. 대표 님 드세요.]
딱 잘라 말하는데도 기혁은 입꼬리를 올리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하정이 애써 외면하는데도 기혁은 쌈을 든 팔을 내리지 않았다.
하정이 보다 못해 그의 손에서 낚아채 듯 쌈을 받아서 입안에 집어넣었다.
상추에 싸서 먹은 족발은 그냥 먹는 것보다 더 맛있었다. 하정이 맛있게 오물오물 잘 먹자 그 뒤로 기혁은 쌈을 몇 번 더 싸주었다.
그때도 하정은 싫은 티만 낼 뿐 넙죽넙죽 잘 받아먹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좀 더 심하게 거절을 할 걸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면 마실 것을 사러 간다고 이러지는 않겠지.
근데 왜 또 이리 졸린 거지. 배가 불러서 그런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잠은 그냥 쏟아져 내렸다. 빗물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릴 정도였다. 
한참 후,
따뜻한 대추차를 포장해서 온 기혁은 잠들어버린 하정을 발견하고 조용히 운전석에 앉았다.
이제 보니 배가 부르면 잠이 솔솔 오는구나. 잠이 참 많아졌구나. 윤하정.
곱게 접힌 눈은 온통 그녀만 담았다.
***
"깨우지 그랬어요."
하정은 창피해서 죽을 거 같았다. 어제도 그렇고 왜 기혁이 차에 앉기만 하면 이리도 잠이 쏟아지는 건지.
불편해야 할 사람 옆에 있으면 왜 그 잠을 못 이겨서 이러는 건지 제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잠든 사람은 저인데 애꿎은 기혁에게 짜증을 냈다.
"잠이 많아졌고, 짜증도 많아졌네."
기혁이 혼자 중얼거리듯 흘렸다.
"네?"
"아닙니다."
기혁은 저를 노려보는 하정에게 싱긋 웃어넘기고는 뒷좌석에 있는 쇼핑 백을 집었다. 그리고 하정에게 내밀었다. 
"속이 안 좋을 때 매실차를 마시면 좋답니다. 요 이틀 보니까 자꾸 배를 만지는 거 같길래."
하정이 뜬금없는 선물에 멍하니 기혁과 쇼핑 백을 번갈아 보았다.
"이거 좀 무거운데 문 앞까지 데려다줄까요?"
"아, 아니에요."
하정이 급하게 차 문을 열어 밖으로 발을 내밀었다. 
우산을 펼칠 생각도 못 하고 차 밖으로 나서니 바로 옷에 빗물이 떨어졌다. 그러나 어느새 기혁이가 우산을 펼치고 그녀의 옆으로 다가왔다.
"비를 맞으면 안 되니까 1층까지 데려다줄게요.“
하정의 자리에서 꿈쩍을 안 하자 기혁이 그녀의 집 방향을 고갯짓으로 가리켰다. 그제야 하정이 정신을 차리고 총총걸음으로 집 방향으로 걸어갔다.
기혁은 1층에 다다르자 그녀에게 아까 그 쇼핑 백을 건넸다. 잠깐 망설이던 하정이는 쇼핑 백을 받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그대로 계단을 밟았다.
호기롭게 성큼성큼 올라왔지만 집 앞까지 다다르고 나서는 못 참고 계단 난간으로 머리를 빼꼼 내밀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직 있는지 궁금할 뿐이었는데 마침 위를 올려다보는 기혁과 눈이 다시 마주치면서 하정은 급하게 도어록 비번을 누르고 안으로 들어갔다. 
왜 안 가고 올려다보고 있어. 하...
"왔니?"
미연이가 현관에 들어오는 하정을 반겼다. 하정이 손에 무겁게 들린 쇼핑 백을 보고  받아 쥔 미연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뭘 샀어?"
"아, 산 게 아니라 누가 줬어."
"방금 만나러 나간 친구?"
"어... 응."
쇼핑 백을 식탁 위에 올리며 미연이가 안에 든 물건들을 꺼냈다.
"매실차네? 근데 양이 엄청나네... 무거웠겠다. 응? 뭔 약이..."
미연의 말에 하정이도 그녀의 옆으로 다가갔다.
"약? 뭔 약이 있어?"
"음... 아."
약통을 들고 훑던 미연이가 멈칫했다.
"뭔데 그래?"
하정이 그녀에게서 약통을 집어가려고 하자 미연은 다시 그녀의 손에서 쏙 빼가면서 웃었다.
"이거 속이 안 좋을 때 먹는 약이네. 매일 엄마가 너 챙겨줄게."
"뭐.... 소화제야?"
"응. 비슷한 거지."
"아..."
심드렁하게 답하고 결국 약에 흥미를 잃은 하정은 쇼핑 백 안에 물건들을 더 훑었다.
"뭐야. 이건? 사탕 아니야?"
하정이 뒤적이며 이번엔 사탕 한 봉지를 꺼내 들었다.
"뭘 이런 걸 다... 참. 이상한 사람이네."
하정이 사탕을 다시 집어넣으며 아까 덜 잔 잠을 자러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직 손에 약통을 들고 있던 미연은 다시 약을 쳐다보며 빙그레 웃었다.
엽산이라...
하정이 너 권 대표를 만난 거였구나.
월요일 아침.
회사 로비에 들어서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크고 작은 짐들을 챙겨 급히 회사 밖을 나서고 있었다. 가방 속에 든 건 뭔지 모르겠지만 다들 우비를 챙겨 입었고 손에는 각자 삽 같은 연장을 들고 있었다.
하정이 뭔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그녀의 곁에 다가왔다.
"윤 대리님."
같은 부서 장 대리었다.
그러고 보니 장 대리도 그들과 같은 차림이었다. 우비를 챙겨 입은 모습으로 하정이 앞에 나타났다.
"장 대리님. 어디 가세요?"
"곧 태풍이 오잖아요. 자원봉사하러 가요."
"네? 자원봉사요?"
처음 듣는 얘기에 하정의 두 눈이 커져만 갔다. 
"아. 윤 대리 님은 아직 모르시죠? 저희 대표 님께서 해마다 꼭 잊지 않고 하시는 일 중에 하나가 재난 지역에 봉사를 하시는 거예요. 올해 장마에도 지방에 가서 봉사를 하고 오셨잖아요. 그래서 매년 사원들도 의무는 아니지만 자원봉사가 필요할 때에는 현장에 나가고 회사에 없어도 근무한 걸로 쳐줘요."
"와아..."
여러 회사에 취직을 해본 적은 없지만 이런 얘기는 또 처음 들은 하정이 입이 떠억 벌어졌다.
"저희 대표 님 너무 멋있어요."
"그렇죠? 대표 님께서  어리실 때 살던 지역에 지진으로 많은 사상자가 있었나 봐요. 그때 찾아온 자원봉사자들을 보고 감동을 받아서 시작했다는 거 같아요."
“대단하시네…”

“아, 저 가봐야 할 거 같아요.”

하정이 감탄을 하는 사이 장 대리가 출구를 향해 걸어갔다. 

”저, 장 대리 님!“

하정의 급한 부름에 장 대리가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보았다. 
"가능하다면 저도 갈 수 있나요? 한 번도 못해봤지만 저도 돕고 싶어서요."
정말 가고 싶은지 무척이나 간절해 보이는 하정을 멀뚱히 쳐다보던 장 대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가능하죠. 인사 팀에 얼른 신청하고 같이 갑시다."
"네!"
그렇게 하정은 인사 팀에서 자원봉사 외출 신청을 하고 우비를 챙겨 입고 나서 장 대리와 함께 회사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는 번화한 도시를 벗어나 산들이 둘러싸인 시골 입구에서 멈추었다. 내일 곧 태풍이 올 건지라 비는 점점 더 거세게 쏟아지고 있었고 바람도 점점 강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산과 맞닿아 있는 도로 앞에 도착했고 이미 와 있던 자원봉사 단체자들은 그리 크지 않은 산을 둘러보고 있었다. 산은 장마 때문에 지반이 약화되어 바로 도로까지 토사가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이미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는 곳도 있었다.
"여기서  좀 더 가면 초등학교가 있어요. 태풍 경보로 수업은 중단될 테지만 그래도 애들도 다니는 도로라 최대한 토사가 흘러내리지 않게 막을 거예요."
장 대리가 하정에게 설명했다.
도로 옆으로는 사실 그리 높지 않은 담장이 있었다. 평소에 도로와 가까운 산에서 작은 돌이 흘러내리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한 번에 많은 양의 토사가 흘러내린다면 이 담장마저 무너질 것으로 보였다. 버스에서 내린 사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담장이 무너지지 않게 흙 마대를 쌓으며 보강할 예정이었다.  다행히 그리 높지 않은 산이기도 하고 위험한 구간은 대형 비닐을 덮으며 토사가 흘러내리는 걸 최대한 막을 예정이었다. 무거운 흙 마대는 남자들이 주로 옮겼고 여자들은 연장을 들고 이미 흘러내리고 있은 흙들을 퍼내고 있었다.
비는 폭우로 많이도 쏟아져 내렸다. 정신없이 보강 작업을 하느라 힘들었지만 이들의 움직임은 점점 더 빨리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어딘에 선가 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토사가 흘러내리고 있어요!  빨리 나오세요! 빨리요!!"
누군가의 다급한 소리와 함께 산 위에서부터 토사가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모두들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고 거기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다행히 토사가 흘러내리는 속도는 아주 느렸고 중간 지점에서 멈추어버렸다.
"와아, 큰일 날 뻔했네... 윤 대리 님. 놀라셨...."
장 대리는 저랑 같이 산 중턱에서 작업을 하다 무사히 내려왔을 거라 생각되어 고개를 돌리며 하정을 찾았다.
"윤 대리 님? 윤 대리 님 어디에 있어요!!"
빗소리에 묻힌 장 대리는 목이 터져나가라 하정을 불렀다.
 
그러나 하정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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